지난 10월18일, 금요일 클럽전 준비위원들과의 만남에서
첫 대면을 한 심사위원은 사진에서 봤던 것과 별반 다름 없이 인정 많아 보이는
초로의 백인 아주머니란 인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자국의 숱한 내전과 분쟁의 역사를 잠깐 내비치며 그들이 힘들었던 만큼
반려견으로서 로트바일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단 것을 언급했으며
중국을 제외한 어지간한 아시아권의 로트바일러 스페셜티 쇼는 한번 이상씩 심사를
봤으며 그간 쌓인 정보력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특정 몇 마리의 이름을 대며 특성과 우수성을
분명히 기억해 내는 것을 보면 로트바일러 전람회 심사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필자 역시 지난 8년 간 동남아 몇 곳의 로트바일러 심사를 봐오며 그들의 수준을
익히 알고 있는 바, 일요일에 보여질 견들의 90% 이상이 내산견이며 우리의
탄탄한 브리딩 파운데이션에서 만들어진 만만치 않은 견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조금은 자랑이 섞인 제 의사를 전한 바 있습니다.
대회 당일, 여느 때처럼 링 안의 통역을 맡았습니다.
한나절을 비앙카는 제 입을 빌려 그녀의 눈과 머리 그리고 마음 속의 얘기를
여러분께 전하려 했습니다.
비앙카는 체크 리스트 식의 심사평가서를 사용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바로
구두로 평가를 하므로 이를 견주나 관중들에게 오롯이 전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피력한바 있습니다. 따라서 심사에 관한 통역은
거의 직역으로 했으며 덧붙이거나 빼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간혹 한두 단어가 빠진 부분은 조금 흥분해 길어진 심사평 때 지천명커녕 날로
둔해지는 제 기억력 탓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견마다의 심사평가는 당일 익히 잘 들으셨을 것이고, 기록이 있으니 열람이 가능하실
것입니다. 비앙카의 심사평은 각 부분 별로 빼지 않고 견마다 고르게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들으신 견주분들은 무릎을 치며 두고두고 기억을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다음은 개별적인 평가가 아닌 전반적인 평가를 요약한 것입니다.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슈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 부분 역시
진솔함이 도움일 될 것이라 소신으로 비앙카가 말했던 대로 옮기겠습니다.
한국의 로트바일러의 문제점
- 대다수의 어린 견들(베이비~융스텐조)에서 두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광대뼈의 발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며 좁은 주둥이와 작은 머리를 가진
견들이 너무 많다.
어려서 또는 견주의 발육에 관한 경험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한 눈에 멋진 두상의 강아지가 있다면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은 유전의 문제이며 브리딩의 문제이다.
- 성견들 중에 일석을 뽑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어쩌다 잘 생긴 개는 뛰지 못하니 절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챔피언 클라스 중에는 챔피언 타이틀을 가진 견이라고 믿기 어려운
낮은 수준의 견들이 있었다.
이곳 챔피언의 기준이 그렇다면 더 할말은 없다.
- 앞가슴, 흉심, 흉폭이 충분한 견을 만나기 어려웠다.
잘 발달된 가슴과 곧은 배선 등, 당당한 로트바일러의 체형을 보여줬으면 한다.
- 팔꿈치가 몸에 붙지 않고 느슨하게 벌어진 견들이 의외로 많았다.
유전과 운동 부족 둘 다의 문제다.
번식적합검사를 비롯하여 BH, IPO 등의 훈련대회, 마이크로 칩을 통한 관리 등 등,
아시아권을 통틀어 가장 선진적인 혈통관리체계를 갖춘 우리 AKRK의 견들에 대한
평가가 너무 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비앙카가 말했듯 현재 우리 견들의 수준은 동남아 대회에 나오는 그곳 내산견들에
비해 나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말레이시아의 한 암컷이 아시아에서
최고의 로트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비앙카에게 당장에 뭐라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 두고 보자는 한마디는 잊지 않았습니다.
금요일 비앙카에게 자신 있게 말했던 우리의 파운데이션이 건재하고
조금 더 노력한다면 곧 아시아 맹주를 넘어 세계 속의 로트바일러 강국으로 자리잡을
날이 오리라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